나의 첫 반려 식물
로망이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선인장도 죽인다는 식물 암살자에게도 가능할까.
마음에 위안을 주는 반려 식물 기르기. 내 첫 반려 식물에 관해 물었다.
* 해당 이미지와 본문의 식물은 서로 상이하므로 참고 바랍니다.
▒청기린
집에 화분은 많았지만 내 돈을 주고 산 첫 식물이다. 우연한 기회에 식물 가게에서 추천을 받았고, 사실 이름이 너무 예뻐서 골랐다. 줄기 끝 잎사귀의 모양이 기린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청기린이다. 엄청 작은, 기린의 귀를 닮은 잎사귀가 귀엽고 또 재밌다. 아파트 테라스에서 키우는데 어렵지 않다. 손도 잘 안가고 잘 자라는 편이라 초보에게도 적당하다. 흙에 물이 좀 마른 것 같다, 생각이 드는 적당한 때 물을 주면 된다. 나에게 청기린을 추천해준 식물 가게 주인에게 사진을 전송해 보여줬더니 “미친듯이 자랐구나.”라고 하더라. 미친듯이 자랐을 땐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고 해서 분갈이를 맡겼고 조금 성장한 청기린이 되었다. 벌써 수 년째 나와 함께 하고 있다.
피처 에디터 박민
▒미니 사과 나무
미니, 사과, 나무의 단어 조합이 예뻐서 꽃집에서 입양했다. 일주일 정도 지났나, 병충해를 입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벌레들이 나무 전체를 진드기처럼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벌레를 집안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아 있는 나무를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없고. 고민하다 화분을 들고 꽃집에 달려가 맡겼다. 버릴 수 없으니 제발 살려서 다른 곳에 입양 보내달라고. 꽃집 주인 언니는 에프킬라를 뿌리면 산다고 했지만 나무에 에프킬라는 못뿌리겠더라고. 나 없는 곳에서 잘 치료해주길 바란다, 는 말을 남긴 채 첫 반려 식물과 슬픈 이별을 했다.
컨텐츠 디렉터 송보영
▒선인장
이름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스누피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전형적인 모양의 바로 그 선인장이었다. 식물 키우는 데 재주가 없으니까 안전한 종으로 가야겠다, 생각해 선인장으로 골랐다. 하남 화훼단지 비닐 하우스에서 공기 정화 식물과 함께 구입했는데 그 어느 것도 내게 반려가 되지 못했다. 선인장도 말라 죽더라는 걸 깨달은 경험이었다. 콩나물도 식물로 친다면, 사실 내 첫 반려 식물은 콩나물이다. 매일 매일 잘 건져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키웠는데, 한 일주일 정도 잘 먹었나. 콩나물은 키우긴 쉬운데 너무 잘 커서 소비가 감당이 안되어 포기했다. 의욕이 앞선다고 해서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관상의 목적이든 식용의 목적이든 간에.
모델 에이전트 정진희
* 해당 이미지와 본문의 식물은 서로 상이하므로 참고 바랍니다.
▒미니 야자
미니 야자는 아파트 실내에서 잘 자라는 종이다. 부담스럽지 않고, 왠만한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집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어느날 우리집 고양이 치치가 야자잎을 죄다 뜯어 먹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배탈이 났다. 하루종일 토를 하는데, 고양이에게도 야자 나무에게도 이건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고양이와 야자를 같은 공간에 키우는 건 어렵겠다, 결론이 났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혹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이든 공간을 함께 쓴다는 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포토그래퍼 우상희
* 해당 이미지와 본문의 식물은 서로 상이하므로 참고 바랍니다.
▒마오리 크로키아
슈프림에서 화분을 샀는데 화분을 쓰고 싶어서 반려 식물을 처음 들이기 시작했다. 집 가까운 곳에 취향 잘 맞는 꽃집이 있는데 <파도>라고, 어디서 골라 왔는지 독특하고 개성있는 예쁜 식물과 화분이 가득한 곳이다. 그곳에 전화해 제일 키우기 쉬운 걸로 분갈이 해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유접곡이라는 다육 식물을 보내줬다. 물만 주면 잘 자라니 초보에게 가장 쉽다고. 하지만, 그 쉽다는 다육이도 3년을 못넘기고 죽더라. 그래서 다시 시작한 종이 마오리 크로키아다. 공기 정화도 되고 잎이 은빛을 띄는데 정말 매력적이다. 햇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잎 컬러가 변하는 게 재밌다. 추천받은 또 하나의 식물은 선인장과인 청산호(파티오라금)다. 물만 잘 주면 잘 자란다고 해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문제더라. 지금은 성인 남자 키만큼 자라서 공간이 약간 부담스러워졌다. 서울, 아파트 환경에서 왠만한 애정 없이 반려 식물 키우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다만, 한 번 도전해볼 만은 하다. 다만 집 가까운 곳에 취향 맞는 단골 꽃가게를 두는 것도 좋겠다. 종을 추천받고 분갈이를 부탁하는 일은 초보에게 꽤 도움이 되니까.
브랜드 홍보 & 마케터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