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생산하는 공간이라는 단순한 개념에서 벗어나, 예술적 분위기가 넘치는 와이너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직접 와인 저장고를 디자인하고, 내로라하는 예술 거장들의 작품을 설치하기도 한다. 와인의 달콤함보다 더 기억에 남을 예술적인 와이너리 5곳.
에디터 : 민다엽
진동하는 달콤한 와인 향기
윌리엄스 셀럼 [Williams Selyem]
캘리포니아주의 대규모 와인 산지인 소노마밸리에 문을 연 윌리엄스 셀럼(Williams Selyem). 평범한 포도농장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친환경적인 건축 설계로 유명한 뉴욕의 델큰 그룹(D.arc Group)에서 설계를 맡아 와인 숙성에 사용하던 오크통을 재활용해 디자인한 것이 특징. 은은한 와인 향이 실내에 부드럽게 감돈다. 건물 내부는 소나무목에 속하는 거대한 레드우드와 친환경 벽돌로 완성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하고자 지역에서 자란 잔디로 지붕을 덮었다. 또한 와이너리의 모든 설비는 태양열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등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www.williamsselyem.com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미누스 이스테이트 [Dominus Estate]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와인 생산지인 나파밸리에 위치한 도미누스 이스테이트(Dominus Estate) 와이너리. 총 1800여 개의 와이너리가 몰려 있는 나파밸리에서도 독특한 외관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도미누스 이스테이트 와이너리는 스위스의 유명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설계한 건축물로 마치 현대미술관에 온 듯 모던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인근의 아메리칸캐니언에서 들여온 현무암을 철망으로 감싸 외관을 완성했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는 은은히 자연광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은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도쿄의 프라다 빌딩,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2001년 건축의 최고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www.dominusestate.com
미래 지향적인 설계
보데가스 포르티아 [Bodegas Portia]
보데가스 포르티아(Bodegas Portia)는 영국 여왕에게 남작 칭호를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작품이다. 엄청난 규모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이 와이너리는 미래 지향적인 설계로 아방가르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외관과 빨간 조명으로 멋을 낸 와인저장고, 현대미술관에 온 듯 감각적인 실내 인테리어로 보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흡사 먼 미래의 ‘우주기지’를 방불케 한다. 특히 보데가스 포르티아는 주변의 전통적인 와인 생산 과정에서 흔히 쓰이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건물을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오랜 세월 와인을 만들어온 전통적인 방식과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대한 존중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 와이너리는 영국왕립건축학회(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의 ‘올해의 건축상(Riba Awa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www.bodegasportia.com
프랭크 개리의 작품
마르케스 드 리스칼 [Marques de Riscal]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현실적인 외관을 가진 와이너리. 이 건축물은 구겐하임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스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그의 시그너처인 스테인리스스틸로 뒤덮인 독특한 형태와 물결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곡선이 돋보이는 아방가르드한 건축물이다. 2006년 새 건물의 완공을 기념하는 자리에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1858년에 처음 문을 연 마르케스 드 리스칼(Marques de Riscal)은 리오하 지역 최초의 근대화 와이너리로 약 10만㎡ 대지에 160년이 넘은 와인하우스와 와인박물관, 부티크 와인호텔, 스파숍 등을 갖추고 있다. 1895년 보르도 와인 박람회에서 프랑스 와인이 아닌 타국의 와인으로는 최초로 보르도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프랭크 게리의 이름을 딴 한정판 와인 ‘프랭크 게리 셀렉션’도 선보이고 있다.
www.marquesderiscal.com
현대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샤토 라 코스트 [CHATEAU LA COSTE]
프랑스 남부 마스세유와 엑상프로방스 사이에 위치한 샤토 라 코스트(CHATEAU LA COSTE)에서는 예술과 건축, 와인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200만㎡ 규모의 부지에 130여 개의 포도농장과 와인저장고, 뮤지엄 등을 조성했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가볍게 산책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 와이너리는 현대 건축의 거장 장 누벨을 비롯해, 거대한 거미 구조물로 유명한 미국의 루이스 부르주아,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인 노먼 포스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에 참여했다. 특히 빛으로 공간을 완성하는 장 누벨의 감각적인 설계가 인상적인 곳이다.
www.chateau-la-cos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