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에서 인연이 나무에 대한 애착으로 쌓였다. 수축하고 팽창하는 물성이 다루기 꽤 까다롭지만 따뜻하다. 나무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
처음 나무를 접한 건_2011년즈음이다. 학창 시절에는 재즈를 했는데, 군 제대후 업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더라. 우연한 기회에 목공소에 들어가 나무 다루는 일을 배웠다. 원목으로 주문 가구를 제작하는 곳인데 그 때부터 나무라는 소재에 관심이 갔다. 나무가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고 일을 하며 나무에 애착이 간 경우다.
▒ 작업실
석운동은_작업실을 처음 연 동네 이름이다. 목공소에서 목공을 5~6년 정도 배우고 독립했는데 그 때 거주하고 작업하던 동네가 바로 석운동이다. 작업자들과 친구들이 드나들며 공동 작업 공간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석운동’이라 불렀다.
나는_나무로 가구와 공간을 만드는 스튜디오를 운영중이지만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가구와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의미에서 시작되었는지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지나온 역사는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데, 가령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끊임 없이 생각해보는 일이다. 재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간을 디자인할 때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 이를테면 공간 주인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할까. 그것이 바로 개인의 공간을 유별나게, 또한 다르게 디자인할 수 있게 한다. 때문에 늘 작업전 의뢰한 고객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긴 시간을 들여 많은 것을 알아내려 애쓰는 편이다.
▒고미태 옷걸이
기억에 남는 작업은_면요리 전문점인 <고미태>라는 식당의 인테리어다. <고미태>의 주인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매우 동글동글한 외양을 가진 사람이었다. 보드 바퀴 혹은 가게 주인의 얼굴에서 떠올릴 수 있는 동글 동글함을 디자인 곳곳에 넣었다.
막걸리 주점인 <추랑>도 기억에 남는데, <추랑>은 가을’추’ 파도’랑’을 쓴다. 가을의 파도는 추수 직전의 벼이기도 하고, 쌀과 막걸리 그리고 해산물 안주를 주로 하는 점에 착안해 옷걸이에 낚시바늘 모티프를 적용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은_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주문 가구를 다루는 작업실에서 경험을 쌓다보니 형태나 컨셉을 고민하는 일보다 과제를 수행하는 일에 익숙하다. 대화를 많이 하고 고객이 원하는 느낌을 나만의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특히 나무는 수축과 팽창을 하는 소재라 물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완성해내야 한다. 원목 가구가 비싼 이유이기도 한데 주로 나무의 연결을 어떻게 할까, 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한옥이나 오래된 가구의 구조들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례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방두산지 기법을 한옥에서 얻어내 주로 사용하곤 한다.
▒스코틀랜드 더프타운 오크통공장
나무가 주는 장점은_부드러움이다. 질감에서 오는 촉각, 자연 소재라는 시각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공간에 유연한 느낌을 주는 소재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은_가구를 좀 더 만들고 싶다. 많이 팔리는 가구 말고, 연구를 하듯 완성해내는 가구. 지금 주로 다루는 소재는 아무래도 원목인데, 다른 소재로 확장도 해보고 싶다. 철제와 돌이면 좋겠고, 그런 이유로 철제 용접이나 다양한 분야를 더 배우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보다 작은 가게와의 작업들을 더 좋아하는데,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의자, 옷걸이, 우산 꽂이, 휴지곽 등 작은 소품 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그 위에 이미지를 얹는 일들이 재밌더라. 딱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작업과 사이즈로 의뢰인과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깊이 있게 만들어내는, 그런 일을 계속 하면 좋겠다.
▒ 코벳블랑 X 석운동
지난 12월 1일~15일에 서울 파르나스몰에서 열린 코벳블랑 '홀리데이 아트 팝업' 갤러리에 참여하여 라이프 공간 콘셉트로 구성하여 전시하였다.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아트작품을 선보이는 의도의 연말 전시에서 원목과 스틸의 조화로 구성한 책장과 의자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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