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독서’에만 목적이 있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그만일테지만 책 애호가들은 다르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받는 다급함 보다는 서점의 운치, 분위기, 손가락 끝으로 한 장 한 장 골라내는 아날로그적인 맛에 더 행복감을 느낀다. 진공같은 정적이 아니라 적당한 생활 소음과 숨소리, 작은 공기의 떨림같은 것이 적절히 녹아든 고요함을 찾는다. 소비의 목적이 아니라 갤러리에 가듯 서점에 가는 것이다.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그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안락함, 그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책도 있다. 그래서, 책 애호가들은 늘 특별한 서점에 레이더를 세운다.
소전서림
유료 도서관이다. 하지만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가보고 싶은 프라이빗 도서관이다. 고급스럽고 안락하며, 무엇보다 높은 층고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스위스 건축가 다비데 마쿨로가 건물을 설계했다. 1층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하루종일 먹고, 읽고, 구경하고, 마시고, 히키코로리처럼 책에 몰두할 수도 있다. 회원제로 운영하지만 당일권(12시간)과 반일권(6시간)도 판매한다. 아트 서적 큐레이션이 특히 잘 되어 있고, 고가의 아트 서적은 전용 장갑을 껴야 볼 수 있다. 장서는 4만권, 그 중 3만권은 문학 서적. 개인적으로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은 커피, 차, 맥주, 심지어 와인까지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훼손하면서 마셔서는 절대 안되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으며 즐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31-8
▒ 월 휴관 / 화-토 11:00-23:00 / 일 09:30-18:00
채그로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해도 한 번쯤 가보고싶게 하는 풍경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서울 시내 서점중 가장 베스트인 뷰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한강을 바라보며 책을 볼 수 있다니, 상상만해도 짜릿하다. 이 곳의 매력은 매주, 그리고 매달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주관한다는 것이다. 매달 명 작 한 권을 선정해 그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채그로 소설 클럽’이 있는가 하면,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는 ‘토요 아침 독서 모임’이라는 제목으로 매우 부지런하고 지적인 이벤트도 마련한다. 불금을 보내지 않은 컨디션 좋은 어느날, 스웨트 티셔츠에 야구 모자 눌러쓰고 토요 브런치하듯 참석해 볼 요량이다. 참가비 1만원을 내면 간식과 음료가 제공된다. 한 번 시도해볼만 하다.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 388-5 아리수빌딩 9층
▒ 매일 10:00-22:00
책책
인테리어, 요리 서적을 오래 만들어온 출판 기획자가 오픈한 공간. 그때문인지 인테리어, 요리 등 다양한 실용서가 많은 서점이다. 작고, 아담하며, 전시와 공연도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화동 골목길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 매우 안락한 분위기가 특징. 복합 문화공간에 더 가깝고 사장님의 취향이 곳 곳에 베어있다. 책책에서 직접 기획한 책들이나, 책책과 결을 같이 하는 출판사의 책들이 큐레이션되어 있다.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이화장 1길 19-6
▒ 월화 휴관 / 수-일 13:00-18:00
심지 서적
1994년부터 지금까지 건축, 인테리어 전문 서적을 취급해온 서점이다. 있어줘서 고맙고, 있어줘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곳. 원서가 많고, 딱히 무슨 책을 사러 가야겠다 생각하지 않아도 백화점에 온 것처럼 구경하며 고를 수 있는 서점이다. 매장이 크지는 않지만 예술책만 모아 놓아 그럭저럭 충분하다. 사진, 인테리어, 아트, 건축만 집중적으로 파보고 싶다면 반드시 가봐야할 곳.
▒ 주소 강남구 논현 1동 34-24
▒ 평일 09:30-19:00
유어마인드
독립 서점으로는 (아마도) 서울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곳. 2010년 오프라인 서점을 연 이후 국내 소형 출판사, 아티스트 개인이 만든 독립 출판물과 아트북, 수입 서적, 음반과 굿즈를 함께 파는 곳이다. 일러스트, 만화, 요리, 사진 분야의 서적이 주로 많고 독립 출판의 시장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 아트북페어’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책 말고 남다른 책을 소장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바로 이 곳이 천국.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32-32 2층 우측
▒ 화 휴관 / 매일 13:0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