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한 인터뷰에서 유명 셰프가 귀띔해주기를, 요리 잘 하는 사람처럼 보이려면 도마를 잘 두드리라고 했다. 지글 지글 연기가 끓고, 어떤 맛일지는 모를 음식 냄새가 가득한 주방에서 ‘탁탁탁탁’ 빠르게 내리치는 도마 소리는 실력과 무관하게 제법 그럴싸한 전문가의 포스를 느끼게 해준다고.
물론, 적나라한 현장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반드시 뒷모습인 상태로 두드려야 한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청각적 효과만으로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으니 가급적 도마는 오래 두드릴 것. 그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쳤다.
비슷한 예로 바베큐가 있다. 섬세한 요리 실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럴싸하게 완성해낼 수 있으며, 미각이 둔한 사람도 평균 맛 이상의 완성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 물론 그릴 마이스터의 육즙 가득 입에서 녹아내리는 고기의 맛도 존재하겠지만, 삼겹살은 네가 구우나 내가 구우나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은 보장해주지 않던가 말이다. 삼겹살 구이를 망쳐서 밥을 굶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청각적 효과에 시각적 효과만 적절히 가미해준다면 누구나, 멋진, 셰프처럼 보일 수도 있는 요리가 바로 바베큐다.
그릴은 어떤 것이라도 좋다. 테이블용 소형 그릴인가 아니면 그럴싸한 캠핑 분위기가 나는 그릴 웨곤인가. 시간이 남아 돈다면 벽돌을 둘러 쌓아 조립형 그릴을 완성해도 좋겠다. 다만, 때와 장소 체력과 예산에 맞는 것으로 선택할 것. 사실 펜션이나 캠핑장에서 대여해주는 그릴을 임시로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떤 기구를 쓰느냐 보다 무엇을 굽느냐에 더 강력한 한 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릴의 종류가 그 무엇이든 얼굴에 불티가 튀는 방향에 놓았다면 낭패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피해서 놓아야 한다. 자칫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난리법석이 날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투자를 좀 해도 좋다면 좋은 참숯을 고를 것. 강원도산 참숯 백탄이 좋다. 프랑스 미식가들은 잘 말린 포도나무 가지를 그릴을 굽기 3-5분 전에 숯불 위에 던져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잔향이 고기에 베어 은은한 맛이 난다고 했다. 잘 말린 포도나무 가지를 구할 길이 없다면 허브 배합물을 뿌려도 좋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로즈마리 정도도 훌륭하다. 숯은 고기 굽기 20분 전에 불을 붙이고 허브는 고기를 굽기 5분 전에 뿌려둔다. 숯 표면이 흰색의 재가 덮인 것처럼 보였을 때가 바베큐하기 적당한 상태다.
스테이크, 갈비, 소시지, 꼬치 메뉴가 식상하다면 토마호크에 도전해보자. 토마호크는 소든, 돼지든, 양이든 뼈에 붙어 나오는 통 고기 형태로 비주얼 자체가 매우 야생적인 멋이 있다. 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방식의 그릴 메뉴로 쫀득거리는 맛 또한 일품이다. 일단 그릴 위에 올려두면 “우와~!”하는 탄성을 이끌어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두께가 두꺼울수록 천천히 구워야하므로 불꽃으로 부터 좀 떨어트려 굽는 것이 좋다. 겉부분이 보기좋게 구워졌다면 육즙이 고기 안에 고여 있는 상태. 알루미늄 호일에 쌓아 10분 정도 놓아두면 남아 있는 열기로 육즙이 조직 사이로 다시 스며드는 레스팅 과정을 거친다. 고기가 두꺼울수록 초보에게는 어렵겠지만, 어떤가. 일단 주목은 받았고 사실 바베큐는 분위기니까. 레어로라도 즐겨보자.
이정도만 한다면 바베큐, 로맨틱, 성공적
바베큐에는 드립 커피다. 드리퍼와 원두도 준비하자. 섬세한 향이 매력적인 일리 커피.
마당있는 집에 산다면 웨버 그릴 하나쯤은 구비해둬도 좋다. 물론 세척과 관리는 귀찮다.
가든 파티에 배경 음악을 완성해줄 포터블 스피커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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