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은 요즘의 ‘핫플’과 분위기가 다르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거나 카페나 숍이 줄지어 각자의 존재를 뽐내지도 않는다. 좁은 골목과 허름한 집, 어디선가 봤을 법한 낯익은 간판 등이 무심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서일까, 후암동에 가면 어린 시절 보물찾기 하던 재미를 세삼 느낄 수 있다.
진귀하고 탐나는 성물의 천국 [소백상회]
작고 하얀 상점이라는 뜻의 소백상회. 박초롱, 박보름 대표는 앤티크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나 후암동에 올 생각도 없이 우연한 기회에 소백상회를 열게 됐다. 2017년 12월 24일에 오픈한 소백상회는 겨우 2~3명만 들어갈 정도의 작은 규모. 이 소담스러운 공간을 진귀한 앤티크제품으로 보기 좋게 진열한 것이 놀라울 정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님들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터라 손님 대부분이 무작정 구경하러 오는 게 아닌, 미리 찜해둔 제품을 가지러 오는 경우가 많다. 소백상회에서 취급하는 아이템은 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다른 앤티크 숍과는 달리 성물이 많다는 것. 두 대표가 유독 성물에 관심이 많긴 하나 딱히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한다. 성물 앤티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백상회만큼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드물 것. 제품은 박보름 대표가 1년에 2~3회 영국이나 미국, 독일 등에 가서 직접 구매해 온다. 눈으로 보고 일일이 검수한 후 혹여 다칠세라 소중히 가져오는 덕분에 제품의 퀄리티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대부분이 1~2개밖에 없고 다시 사 오기도 힘드니 마음에 든다면 지체 없이 일단 ‘겟’하고 볼 것. 게다가 다른 앤티크 숍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지 않아 빨리 소진되는 편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두텁바위로1길 59 1층 소백상회
▒전화 : 010-6318-6380
▒운영시간 : 화~토요일 14:00~19:00
프랑스에서 건너온 베이커리 숍 [따팡]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 리옹에서 같은 이름으로 베이커리 숍을 운영하다 2019년 6월, 후암동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 숍. 이서연 대표는 함께 제빵을 하고 있는 남편의 성을 따 숍의 이름을 ‘따팡’이라고 지었다. 프랑스에서는 집안의 성을 따 가게 이름을 짓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프랑스인 남편과 서울로 이사 온 대표는 처음 서울역 근처에 집을 구하게 됐는데, 베이커리 숍을 할 생각으로 근처의 상권을 알아보다 후암동을 발견했다. 옛날 집과 옛날 가게가 많고 산책하기 좋은 후암동이 이 대표는 물론 따팡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고. 그래서인지 부부가 선보이는 베이커리도 후암동처럼 과하게 멋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 따팡의 시그너처는 고소하고 담백한 바게트. 마트에서 파는 바게트조차 맛있다는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가 만든 만큼 맛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일품이다. 바게트를 활용한 샌드위치인 잠봉 에멘탈 샌드위치도 인기 만점. 타르트에 유자크림과 바닐라, 무스, 레몬 유자 젤리를 얹은 타르트 유자도 훌륭하다. 후암동 동네 주민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주소 : 서울 용산구 후암로20
▒전화 : 02-3789-0199
▒운영시간 : 화~토요일 10:00~19:00
구름에 빠진 미니 사과 [아베크엘카페]
아베크(Avec)는 프랑스어로 ‘함께’, 엘(El)은 ‘그녀 또는 그’ 라는 뜻. 아베크엘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환희 대표는 이 공간을 온기가 있는 편안한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오래된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작은 가게와 골목이 많아 이곳 서울 남산자락 아래 첫 번째 동네인 후암동에 문을 열었다. 이 대표가 도쿄에 살 때 종종 동네 탐방을 했는데, 골목마다 예쁘고 맛있는 카페가 어찌나 많던지 그때의 추억도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단다. 아베크엘의 시그너처 메뉴는 링고라떼. 하얀 밀크 폼 위에 미니사과를 올린 사과 밀크티다. 상큼하고 아삭한 사과와 고소한 우유의 조화가 일품. 노란 잔에 담긴, 마치 구름 위에 폭 빠진 듯한 모양의 사과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사랑스럽다. 커피 메뉴로는 슈거링을 두른 달콤하고 짭쪼롬한 아베크엘 인기다. 2016년에 오픈한 아베크엘은 해외에도 예쁜 카페로 소개돼 캐리어를 끌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주소 :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69길 29
▒전화 : 070-8210-0425
▒운영시간 : 12:00~20:00
온두라스 요리는 처음이지? [도깨비코티지]
5년 전 런던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돌아온 김지원 대표. 우연히 친구집을 방문했는데, 복잡한 도심 속 섬처럼 조용한 후암동에 흠뻑 반했다고 한다. 그녀는 낡고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며 일본식 적산가옥이 주는 시간여행의 느낌, 작은 재래시장의 정감 있는 모습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2019년 6월, 그녀는 드디어 요리 스튜디오로 사용하던 지금의 공간에 도깨비코티지를 오픈, 온두라스인 친구 마그다와 함께 온두라스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낡은 건물이 마치 도깨비가 나올 것 같아 도깨비 코티지로 불렸는데, 그 이름을 식당에도 사용했다고. 도깨비코티지에선 김 대표와 마그다의 의견을 모아 온두라스의 아침 식사인 ‘발레아다’를 선보인다. 매일 아침 채소를 다듬고, 샐러드를 만들고, 각종 메뉴에 들어가는 소스나 파스텔리토 등의 수제 튀김 타코도 모두 직접 만든다. 김 대표와 마그다는 디저트류를 제외하고 모두 메뉴에 설탕을 넣지 않는 원칙도 철저히 지킨다. 도깨비코티지의 음식이 건강에 좋은 건 이러한 노력 덕분. 이곳의 시그너처 요리인 칠리새우 가르나챠는 독특한 칠리 소스에 새우와 바삭한 타코의 조화가 일품이다. 온두라스식 떡볶이인 발레아다의 담백한 맛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6-1
▒전화 : 02-717-0435
▒운영시간 : 10:00~17:00 토요일 11:00~17:00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