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는 커피맛의 기본이다. 커피 맛이 남다른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첩첩 산중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는 손바닥만한 카페라고 해도, 커피가 맛있다 느꼈다면 답은 하나다. 괜찮은 원두, 무엇보다 신선한 원두를 쓴다는 이야기다.
맛뿐인가, 어느 나라의 로스터리에서 공급했느냐에 따라 개성도 제각각이다. 가령 뉴욕 브루클린 원두와 베를린 마우어 파크 앞에서 맛본 원두, 도쿄 요요기 공원 근처 카페의 원두는 뭐랄까, 미세한 차이가 있다. 그 지역의 정취를 담는다.
그래서, 해외 여행을 할 때마다 그 지역 가장 맛있는 커피숍을 추천받아 꼭 가보는 편이다. 우선 블랙으로 한 잔 마시고, 여행의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그 곳의 원두를 기념품으로 구입한다. 서울로 돌아와 여행자의 행복감을 좀 더 오래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원두가 다 떨어질 때 즈음이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퍼스 여행에서 맛본 롱 블랙, 밀라노 골목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마키아토가 그리워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본 적도 있으니까. (아마도) 그 맛을 기억한다기 보다 그 때의 감정과 분위기일테지만.
자, 각설하고. 해외 여행은 당분간 꿈도 못꿀 시기를 겪고있으니 커피맛으로 대신 해외 여행의 느낌을 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본다. 사실, 이제 전세계 왠만큼 이름난 원두들은 다 한국에 들어와 있다. 굳이 뉴욕 에이스 호텔 로비까지 가서 스텀튼 커피를 사 마실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현지만큼의 바이브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어떤가. 잠시 잠깐의 그리움 정도는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맛도 좋고, 도시의 추억도 곱씹을 수 있는 기획. 딱 세 군데만 꼽았다.
▒ 듁스 커피 (DUKES COFFEE)
멜버른에서 시작한 호주 스페셜티 원두 브랜드다. 호주식 커피는 진하게 조금씩 여러번 마신다는 것. 요즘 커피숍에서 유행처럼 번진 플랫 화이트 메뉴가 바로 호주 메뉴인데 보통의 라떼 보다 진한 편이다. 듁스 커피의 원두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한남동 33 아파트먼트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길 33 전화 02-794-0033), 그리고 듁스 커피 쇼룸 (주소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2길 10 전화02-323-2007)으로 방문하면 된다. 듁스커피 쇼룸에 가면 다양한 커피 도구들을 구입할 수 있다.
▒ 보난자 커피 (BONANZA COFFEE)
베를린에서 꽤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인데, 서울에 들어왔다. 카페 mtl에서 맛볼 수 있고, 원두로도 살 수 있다. 한남점(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24 전화070-4113-3113)으로 시작해 최근 용산 효창공원점(주소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69길 25 1층 전화070-4259-3113)을 오픈했는데, 두 곳 다 나름의 운치가 있으니 취향대로 방문해볼 것.
베이커리와 각종 굿즈도 판매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 제품들이다.
▒일리 커피 (ILLY COFEE)
1933년에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최초로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사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른 나라 커피는 커피로도 안쳐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수퍼에서 산 삼천원짜리 원두도 맛있으니까. 그만큼 믿고 마셔도 된다. 특유의 달콤한 뒷맛과 캐러맬, 구운 빵, 초콜릿 향의 섬세한 끝맛이 특징. 프랜차이즈로 카페를 여러 곳에서 운영하고 있고, 가까운 위치는 (www.illycade.co.kr)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캡슐로도 살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원두를 경험해볼 수 있다.